아무에게도 검열 당하지 않고 평가 받지 않는 글을 쓸 때는 더 재미있었던 것도 같은데
지금은 조금 재미가 없어졌다. 무서워졌다랄까.
사실 아무것도 중요한 것은 없고 나는 하고 싶은 말을 똑같이 하면 될 뿐인데
더 좋은 글 더 의미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나를 멈추고 주춤하게 만든다.
그래서 아무 것도 결국엔 써내려가지 못하고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운 지금 나는 무얼 하고 싶은 걸까.
쓰지 못하는 것
쓰지 못하는 이야기
쓰지 못하는 말들이
내 머릿 속에 쓰여지지 못한 채로 떠다니는 지금.
언니가 몸이 조금 좋지 않다고 해서 가게를 하루 쉬고
나도 집 정리를 했다. 집은 그냥 둔다고 그 자리에 있지 않는다.
야옹이 두마리의 털 들과 나의 머리카락 등등을 치워야 겨우 숨쉬는 집이 된다.
냉장고에서 먹지 못해 상해버린 야채들을 전부 쓰레기 건조기에 넣었다.
이런 저런 냄새들이 섞여서 한약재 냄새가 난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이라는 공간은 매우 안정적이고 나에게 위안이 된다.
꽃밭을 가꾸느라 바쁜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누구의 꽃밭도 들여다보지 않고 오로지 나의 꽃밭을 가꾸느라 바쁜 와중에
꽃밭에 놀러오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차 한잔 주고 또 그들의 꽃밭에는
관심 주지 않는 차갑고 따뜻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