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작은 강아지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모였고,
그 자리에 가기 전 난 파마를 하고 염색을 하고 머리를 잘랐다.
미용실에서 파마와 염색을 동시에 한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숏컷과 단발을 오가는 내 모습이 지겨워져서 머리를 길어보겠다고 결심했다.
머리라도 길면 시간을 붙잡아둘 수 있을까.
내가 시간에 연연하지 않는 건
어쩌면 머리카락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기 떄문일까.
택시를 타고 종로로 가는 길
소식을 들었다.
농담같은 일.
허망하다.
새벽에 일어나 답답하고 절망적인 기분을 느꼈다.
누군가.
모르는 사람.
아니 어쩌면 아는 사람.
작은 강아지는 자신의 생일파티를 눈치챘을까.
강아지용 케이크가 마음에 들었을까.
아무 것도 모르면서 모든 것을 다 아는 척해야
살아남는 세상에서
나는 왜 이렇게 다 아는 척만 아는 척만 하고 있을까.
방에서 자고 있는 그녀의 이마와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잘자던 그녀가 웃었다.
복순이와 까미가 번갈아 화장실을 다녀왔다.
충분한 일들 속에서 난 욕심을 내며 살아간다.
욕심을 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