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체질적으로 아니야.
그녀는 무슨뜻이야? 라고 물었고 그는 대답하지 않은 체로 모든 것이 끝이 나버렸다.
맞지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버틸 수 있었던 건 망할놈의 사랑때문이다.
젠장. 무엇이 남았는가. 없다. 그녀가 사랑이라고 믿고 버려왔던 시간과 업다운을 통해 충분히 소모되버린 체력. 밑져야 본적이라며 뛰어들었는데. 지금. 오히려.
밑져버렸다.
'반했다'라는 표현방식이 맞을 것이다. 그녀는 그에게 완전히 반해있었다. 그의 입냄새가 섹시하게 느껴질 정도로 빠져있었다.
정리되지 않은 머리카락이 그녀를 흥분시켰다.
그러나 그녀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에쿠니 가오리 소설대로라면 그녀는 나름대로 눈물의 양과 헤어질 준비기간의 분배가 철저했던 것이다.
편안해진 느낌이었다. 초조함이 없어졌다고 하면 적당하겠다.
불안함이 없어졌다.
너는 너무 이기적이야. 그래서 널 사랑할 수 없었어.
그의 발언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더이상 사랑할 수 없어, 가 아니라
사랑할 수 없었다. 라니.
물론 이번에도 어김없이 수요일이었다.
그녀의 사랑은 항상 수요일날 끝이 난다.
그것도 이번엔 비켜갈만도 했는데 결국 수요일 새벽에 이뤄졌다.
그녀가 울음을 터트리고 그를 그리워 한건 일요일이었다.
물고기모양 온도계가 41도를 가르킬 때쯤 차가운 물을 틀고 몸을
담근다.
갑자기 슬픔이 그녀의 심장을 자극했다.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뜨린다.
물속에 완전히 잠긴 핸드폰을 건져내다가 그만. 그녀는.
울어버렸다.
금방 멈춰졌지만 두번째 울음이 시작되었을 때 오랫동안 멈출 수가 없다. 울면서 그녀는 허벅지 면도를 하기 시작했고 면도기에 배어버린다. 쓰라리다.
멈출생각을 하지 않았다. 피가 새어 나왔고 그녀의 눈물도 새어 나온다.
목욕을 마치고 선풍기 앞에 앉아서 몸을 말린다.
넌 언제든 잡힐거 같았어. 너무 적극적이었어. 그래서널. 사랑할 수가 없었어.
차라리 이 표현이 나았을텐데. 라고 생각한다.
넌 싸구려 계집애 같았어. 이쪽이 더 쿨하게 버림받은듯 보이니까.
그런데 잠깐. 그는 분명히 말하지 않았던가.
추억거리는 두사랑의 사랑에 활력소가 되는거라고.
말한건 그였다. 그래서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최대한의 시간을 투자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밀고당기기에 능숙하지 못했다.
그의 귀찮음이 100% 차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눈치없이 밀고 있었다.
멍청한 계집애.
마음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상대방을 귀찮게 하는 일인지 다년간의 코스모폴리탄 정독에서 깨우칠만도 했건만.
이미 그녀는 물고기자리였다.
그는 그래도 너무 에의가 없었던 것임에 분명하다.
연애기간동안만이라도 그녀에게 충실해야 했다.
하드락을 경멸하는 그녀의 귀에 그것을 주입시키고.
그러니까 한마디로 제멋대로 였다.
청량한 담배냄새. 예를들어 섹스후의 내남자가 피우는 담배냄새를 좋아하던 그녀다. 밀페된 공간에서는 오히려 굉장히 심한 현기증을 느낀다.
그녀는 자기주장에 능숙했지만 그에게만은 그러지 못했다.그를 잃을지도 모른단 불안감이 그녀의 인후를 마비시켰다.
그녀가 상처입을 것을 예감하고 있었음에도 그에게 붙잡혀 있던 것은
'망할 놈의' 사랑 때문이다.
사랑하는 그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 그녀는 행복하다고 믿었다.
그녀는 다리로 무덤을 파내려가면서 붕붕 떠올라 있다고 믿었다.
정확한 위치조차 감지하지 못한다.
멍청해짐을 감수 하고도 행복해질것이라는 믿음에 빠져버렸던 것은
그러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를 친절하게 집까지 데려다 주었으며 그녀를 아꼈다.
그녀의 시간은 존중했다.
그러나 곧 바뀌어 버렸다.
그녀의 마음이 그에게 완벽하게 달라붙었던 이후로.
그의 일회성과 겉모습을 분별하기에 그녀는 너무 감성적이었다.
행복하지 않은 연애는 체력소모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걸 알기엔
그녀. 너무나 감성적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