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쿠.죄송합니다(2005)

조회 수 3242 추천 수 0 2011.06.29 23:37:52
그녀의 피부는 마구 뒤집어졌다. 학교는 물론 교실안까지도 새페인트가 칠해졌고 그녀의 얼굴과 목은 가려움증에 시달렸다.
가렵다는 것. 그것은 과학발전이 하늘을 뚫는 지금에 와서도 어찌할 수없는 고질병이다. 유아기 때부터 겪을 수 있는 최초의 고통, 가려움. 그것은 모기에서부터 비롯된다. 그것은 피를 뽑아먹는 동시에 싱싱한 가려움을 제공한다.
그것은 그 자체의 고통보다 긁어서는 안된다는 금지사항으로부터의 고통이 결정적이다. 가렵지만 긁어서는 안된다. 긁어서도 해결되지 않는다. 정말 최악.
암튼 그녀의 피부는 환절기 때를 비롯한 독특한 환경에서 한번씩 제대로 '뒤집어' 진다. 그래도 오늘도 8만원이란 거금을 쥐고 엘레베이터를 탄다.
6층.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뛰어오는 저. 남자.
파란 반팔 티셔츠에 베이지색 반바지, 프로스펙스 양말을 무릎까지 치켜올리곤 싱긋웃는다. 같이 타려는 주제에 동작, 참 빠르지.
6층에서 엘레베이터가 멈추고 그녀가 바닥으로 구두를 내딛는 순간 그녀의 뒤를 따라내리는 그. 남자.
순간 흠찟.
자동문이 열리고 그녀가 들어간다. 진정치료랑 이온자임 포함해서 8만원 맞죠? 네. 저쪽에 가방두시고 나오세요.
파우더룸 거울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가관이었다.
그녀가 관리실에 들어가려는 순간. 그. 남자를 발견한다.
그. 남자. 상담하고 있다. 주제에.
그녀는 찡그린 후 침대에 누워 기다린다.
기다리며 그녀. 생각한다. 설마. 그.남자. 대체
왜 따라온거야?

그. 남자 놀랍게도 그녀의 옆에 눕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옆 '침대'에 누웠지만. 에니웨이.
그녀의 옆 친대에 누웠고 그와 동시에 그녀는 시작되었다.
조용한 분위기와 부드러운 손길을 즐기며 기분좋은 안정감을 느꼈다.
그런데
그녀의 귀에 굉장한 소음이 들리기 시작. 대체 이 소린. 그녀는 소리의 정체에 대해 생각한다.
혹시. 설마. 저. 남자?
코를 골고 있다.
그녀의 시작과 그녀의 기분과 그녀의 청각을 제대로 뒤집어 버린 저. 남자.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팩은 이미 그녀의 입을 지나 목까지 덮여버렸다.
팔을 길게 뻗어 쳐주고 싶은 충동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끓기 시작한다. 그. 남자. 참으로 시끄럽다.
20분후 그녀의 얼굴에서 팩이 떨어지는 순가 살짝 눈동자를 돌려 그. 남자를 본다. 그. 남자의 쟁반 위에는 하늘색 팩이 얹혀있었고 그. 남자의 정체불명 파란색 티셔츠와 '매우' 잘어울렸다.
인간과 인간사이에 있어 피해를 준다의 개념은 육체적인 고통. 즉. 눈에 보이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저런 사람들. 확실히 말해줬어야 하는거 아닌가. 특이사항: 코골음
이런식?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해질 대로 복잡해진다. 며칠 전 우스갯소리로 한 헬리코박터균 얘기가 떠올랐다.
그거 감염된 사람 자신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건데 심각하면 위암도 만든대. 키스도 하지 말라는 거야 뭐야.
피해를 준다는 것. 피해를 받는 다는 것. 그 모호함에 대해 그녀는 어지럽다.
그녀 스스로 피해를 전혀주지 않았다고 생각한 장면에서라도 상대방은 충분히 피해를 받고 있을지 모른다.
응? 이런 식인가.
이런것.
모두가 피해의식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 건가.
이런.
복잡하군.
그녀는 소리를 못들은척 자려고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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